
오늘 아침엔 가게 문을 조금 일찍 열었어요. 창문 가득 햇살이 들어오는데, 하늘이 완전 가을색이더라고요. 여름 내내 땀이 맺히던 주방도 이제 서늘해져서, 일할 맛이 나는 그런 날이었어요. 바람이 마음까지 식혀주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았답니다.
9월의 궁평항은 정말 예뻐요. 물빛도 다르고, 바람결도 다르고요. 아직 사람들한테는 여름의 끝자락일지 몰라도, 저는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았어요. 창밖으로는 강아지 산책시키는 분들이 종종 눈에 띄고, 반려견 친구들이 가게 앞을 살금살금 지나가면 바닥 청소할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나더라고요. 특히 햇살이 가장 예쁜 오전 11시쯤엔 브런치를 찾으러 오는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요. 다들 커피 한 잔과 느긋한 시간을 즐기러 오신 것 같은 눈빛이어서, 괜히 저도 더 꼼꼼하게 커피를 내리게 돼요.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은 친구 셋이서 방문한 분들이었어요. 창가 자리에 앉아서 흑임자 크로플이랑 쉬림프 에그인헬을 주문하셨는데, 조용히 먹다가 뭔가 터졌는지 연달아 웃음이 터졌거든요. 담백하면서도 진한 맛이라서 그런가, 한 입 먹고 나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도는 그런 메뉴들이라 기분이 좋았어요. 특히 에그인헬은 살짝 매콤하게 조리해서 그런지 바삭한 토스트 끝에 국물을 찍어 먹을 때마다 묘하게 기분이 들뜨거든요. ‘먹는 일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나’ 싶게요.
브라운치즈 크로플을 좋아하는 손님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햄치즈샌드위치를 제일 좋아해요. 치즈의 녹진한 풍미와 햄의 짭조름함, 그리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정말 잘 어울리거든요.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압도적으로 더 맛있어 보일 거예요. 물론 브런치 메뉴답게 든든해서 하나만 먹어도 속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것도 좋고요.
오늘은 원두 고를 때 프렌치 블렌딩 쪽을 많이들 찾으셨어요. 깊고 진한 풍미가 비 오는 날에도 잘 어울리지만, 이렇게 햇살 좋은 날에도 괜히 감성을 더해주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커피 내릴 때 향이 퍼지는 그 순간이 가장 좋거든요. 첫 잔을 따를 때 피어오르는 따뜻한 향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잊지 않게 해줘요. 그래서 오늘같이 고요한 날, 그 고요함을 틈타서 혼자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을 괜히 길게 가져봤어요.
그런데 요즘은 혼자 오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책을 펼쳐두고 천천히 읽기도 하고, 이어폰 끼고 창밖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저도 가끔 몰래 바라보다 보면,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져요. 가게를 하면서 그런 순간들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더라고요. 간혹 강아지랑 함께 앉아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날엔 마치 풍경 속 그림처럼 펼쳐지는 느낌이에요. 다정하고 평화로운 한 컷.
한창 점심시간이 끝나갈 땐, 조용한 음악이 가득해져요. 커피 머신 소리도 잠잠해지고, 부드러운 잔향만 남은 가게 한편에서 저는 메뉴 정리를 하거나, 다음 재료 준비를 하기도 하죠. 그러다 문득 쉬림프 에그인헬 한 입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하기도 해요. 촉촉한 국물에 익은 계란은 노른자가 스르륵 퍼지면서도 질감이 좋아서 기분까지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랄까요. 바삭한 빵 한 조각 곁들이면, 하루 걱정이 싹 잊히는 것 같아요.
오늘은 멀리서 오신 커플 손님도 기억에 남아요. SNS에서 보고 일부러 들러주셨다고 하셨는데, 전혀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흑임자 크로플을 맛보시곤 시선이 마주치자 그냥 미소 지으시더라고요. 말로 하지 않아도 ‘맛있다’는 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 제가 무언가를 만드는 이유가 또렷해지는 것 같아요.

디카페인 커피를 찾으시는 분들도 점점 늘고 있어요. 처음엔 임산부나 카페인에 민감한 분들만 주문하셨던 것 같은데, 이제는 단순히 기분 전환이나 오후의 커피타임을 즐기기 위해 고르시는 느낌이에요. 은은한 풍미와 부드러운 바디감 덕분인지, 디카페인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높다고들 하시거든요. 저도 요즘은 마감하고 정리할 때 디카페인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요.
문 닫기 직전 마지막 손님은 혼자 오신 분이었어요. 햄치즈샌드위치랑 따뜻한 원두 커피 한 잔을 주문하시더니 창문 너머 바다를 한참 바라보셨어요. 가게 안은 좀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밖은 아직 노을빛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석양이 부서지는 느낌이었죠. 그런 하루의 끝에, 따뜻한 브런치 메뉴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였어요. 일하느라 바빴지만, 그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에요.

하루 끝자락의 노을빛처럼, 오늘 카페하이디에서 흘러간 시간들도 따뜻하게 마음에 남았어요. 커피 향과 브런치 메뉴 속에 담긴 정성이 잘 전해졌기를 바라며, 이 풍경과 공기가 오래도록 기억되면 좋겠네요.
카페 위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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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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