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항의 스산한 가을바람과 따뜻한 브런치 한 그릇, 카페하이디의 10월 이야기
안녕하세요, 궁평항에서 작은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카페하이디 사장입니다. 벌써 10월이라니, 가을이 참 조용히도 찾아왔죠. 요즘은 아침마다 문을 열고 바닷바람을 마주할 때마다, 그 차가운 공기가 몸을 깨워주는 기분이 꽤 좋아요. 잔잔한 파도 소리랑 갈대밭 사이로 스치는 바람에 마음이 괜히 말랑해지는 날들… 그런 날엔 따뜻한 브런치 한 그릇이 더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저희 카페 창가에 앉아 있으면, 아침 햇살이 천천히 테이블을 쓸고 지나갑니다. 바다 저편에서 날아온 것처럼 느껴지는 빛이라 더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이 공간을 열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였나 싶습니다. 그냥 조용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런 시간… 요즘 같은 계절에 더 필요하잖아요.
오늘 하루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오신 손님들 덕분에 아침부터 활기가 돌았어요. 포메라니안 한 마리가 보송보송한 털을 흔들며 카페 문을 들어서는데, 그 조그만 눈이 인형같이 저를 바라보는데… 정말 귀엽더라고요. 주인분께서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다 따라 한참 걷고 왔어요. 이제 좀 따뜻한 거 먹고 싶어요” 하시며 자리 잡으셨어요.
그래서 프렌치토스트랑 아메리카노를 추천해드렸는데요, 따끈한 빵 위에 스며든 메이플 시럽이랑 커피 향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한 입 먹을 때마다 뭔가 마음까지 풀리는 느낌 있잖아요. 이렇게 일찍부터 찾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저도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점심쯤 되니까 어느새 자리가 다 찼더라고요. 특히 오늘은 쉬림프 에그인헬 찾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깊게 끓인 토마토소스에 통통한 새우랑 부드러운 달걀… 거기에 따끈한 빵 쭉 찢어서 국물에 푹 찍어 먹는 그 한 입이 얼마나 든든하고 포근한지 몰라요. 에그인헬이 이렇게 간절한 계절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한쪽 테이블에서는 샐러드를 드시던 젊은 커플이 “야채 숨소리 들리는 것 같아” 하며 웃으시는데, 그 말이 참 와닿았어요. 재료 하나하나 잘 다듬어서 준비해두면 그런 거 진짜 느껴지거든요. 저희는 항상 그 느낌을 손님들이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매일 준비하고 있어요.
한창 오후로 넘어가면, 햇살이 살짝 기울어요. 그 시간이 참 예쁘죠. 창가 자리는 따뜻한 빛으로 채워지고, 조용히 커피 마시는 분들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간간이 브라운치즈 크로플이나 흑임자 크로플 주문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바삭한 결 사이사이로 담백하거나 고소한 맛이 은근하게 퍼지는 그 조합이 좋아서 커피랑 정말 잘 어울려요.
개인적으로는 흑임자 크로플 한 조각에 라떼 곁들이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 같아요. 바다 보면서 혼자 천천히 씹고 마시는 그 흐름이, 참 소중하더라고요. 그 시간을 더 풍성하게 해드리고 싶어서, 작은 과일도 곁들여보고 있어요. 뭔가 자그마한 정성 같은 느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요즘 커피에 관심 갖는 분들이 정말 많으신데요, 저희는 세 가지 종류의 원두를 준비해두고 있어요. 진하게 묵직한 바디감이 매력적인 원두도 있고, 산뜻하고 향긋한 첫맛이 인상적인 것도 있고요. 부드러운 목넘김에 고소한 여운이 남는 원두도 은근히 인기죠.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시는 건, 매번 다른 원두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보실 수 있다는 거예요.
디카페인 원두도 따로 준비해두어서, 카페인에 민감하신 분들도 편하게 브런치와 함께 즐기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저 메뉴 하나를 넘어서, 이 공간에서의 기억이 그분들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점심 이후엔 햄치즈샌드위치랑 치킨텐더랩을 테이크아웃해 가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궁평항 따라 산책하거나 근처 풀밭에서 돗자리 피고 먹으면, 진짜 소풍 느낌 나거든요. 특히 치킨텐더랩은 한 손에 쏙 들어와서 걷다가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아요. 야채도 넉넉하게 들어가서, 한 끼로도 충분하다는 말 자주 듣고 있어요.
사실 그런 모습 볼 때마다 괜히 뿌듯해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밥 한 끼 챙겨 드시려는 그 모습이 예뻐 보이고, 저희 브런치가 그 시간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꼭 실내에서 먹지 않더라도, 바다를 벗 삼아 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늦은 오후가 되면 카페 분위기는 조금 잔잔해져요. 낮 동안 북적이던 순간들과는 달리, 노을이 가라앉으면 공간도 함께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그냥 말없이 책장을 넘기시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저도 차분해지곤 해요. 어떤 분은 그러시더라고요. “바다 보면서 커피 마시니까 마음이 조용해져요… 이런 공간 있어서 다행이에요”라고요.
사실, 그런 한마디가 하루 중 가장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 공간이,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라도 쉼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화려하진 않아도,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 가을의 궁평항과 저희 카페가 함께 전해드릴 수 있는 게 바로 그거 아닐까 싶어요.
초가을의 궁평항은 하루가 다르게 색이 지는 것 같아요. 갈대는 더욱 부드러워지고, 바닷바람도 조금씩 옷깃을 여미게 만들죠. 그런 시간 안에서, 저희 카페하이디도 조용히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어요. 오시는 손님들이, 저희 공간에서 조금 더 천천히 머물다 가셨으면 하는 바람으로요.
브런치 한 접시에도 진심을 담고, 커피 한 잔에도 온기를 담아서 오늘도 정성껏 준비하고 있어요. 어느 날 문득, 아무 이유 없이 들르고 싶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바다 앞에서, 가을 볕에 기대어… 그런 작은 시간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가 되니까요.
요즘 같은 계절엔 커피 향이 더 길게 여운을 남기는 것 같아요. 바닷바람 사이로 느리게 흐르는 시간 안에서, 브런치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함도 손님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던 하루였어요. 카페하이디가 그런 소박한 순간들을 담아두는 공간으로 오래 남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카페 위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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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507-1423-9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