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궁평항 카페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브런치 방법

궁평항 바다를 담은 오후, 브런치 한 입과 가을 햇살

오늘도 아침부터 바람 소리가 엷게 느껴졌어요. 이제는 반팔 위에 얇은 가디건 하나는 꼭 챙겨야 하는 계절이죠. 가을의 문턱에서 이런 날씨는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워요. 아침 일찍 카페 문을 열고 셋팅을 끝낸 뒤, 바다 방향 창문을 살짝 열어두면 바람이 실크처럼 부드럽게 스며들어요.

아직 손님 없는 오프닝 시간, 따뜻하게 내려진 커피 한 잔에 브라운치즈 크로플 한 조각 얹어 한 입 베어물면… 진짜 어제 밤 쌓인 피로가 싹 녹아내려요. 진하고 묵직한 에스프레소랑 고소한 치즈의 조합은, 음… 너무 뻔한 표현이긴 하지만 진짜 찰떡이에요.

점심을 조금 넘긴 오후, 애견 손님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어요. 작은 리드줄을 잡고 있는 손님들의 표정은 대부분 닮아있어요. 설레고, 여유롭고, 뭔가 기대하는 눈빛이랄까.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쉬림프 에그인헬을 앞에 두고 조심스레 국물부터 떠먹는 분들을 보면, 속으로만 “그쵸, 역시 찍먹부터 하셔야죠”라고 중얼거리게 돼요.

어릴 적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토마토수프가 떠오르는 맛이라, 어른 손님 분들이 더 좋아해 주세요. 숟가락에 조심스레 얹어 입에 넣고는 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되게 인상적이에요. 그럴 땐 괜히 저도 뿌듯해져요.

햇빛이 길게 내려앉은 오후 3시 즈음엔 해가 바다 위로 예쁘게 번지는 시간이기도 해요. 벽 쪽 창가 자리에 앉은 두 여자 손님이 치킨텐더샌드위치를 앞에 두고 서로의 연애 얘기를 나누며 한참을 웃더라고요. 귓가에 들리는 대화 조각들에 괜히 제가 젊어진 기분까지 드는 그런 순간들…

샌드위치 안에 들어간 치킨텐더는 먹기 좋게 잘려 있어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비주얼인데, 빵 사이로 양상추가 살짝 튀어나온 디테일도 예뻐서 사진 먼저 찍게 되는 메뉴예요. 드시고 나서 나가는 길에 “이 집은 진짜 브런치 맛집이네요”라고 말해주시는데, 그냥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다 표현이 안 됐어요. 작은 칭찬도 저는 정말 하루가 다 기분 좋아져요.

아, 또 잊을 뻔했네요. 오늘 오신 단골 분 중 한 분이 “그때 먹었던 치킨텐더랩이 계속 생각났어요”라고 하시며 다시 주문하셨어요. 제가 무심하게 만든 메뉴가 누군가에겐 하루를 견디게 한 맛이었다니, 묘하게 뭉클했어요. 꼬깃하게 말린 또띠아 속에서 아삭한 야채랑 부드러운 치킨 식감이 어우러지는데, 스리라차 소스가 느끼함 잡아주는 톤이 진짜 좋아요.

그걸 아시고 다시 와주셨다는 말에, 저는 그저 조용히 주방 쪽으로 몸 피하면서 미소 지었답니다.

커피 이야기 안 하고 지나갈 수 없죠. 오늘따라 디카페인 찾으시는 분들이 참 많았어요. 특히 바다 산책하고 카페 들르시는 분들이 “카페인 피하고 싶은데 향 좋은 커피 있냐”고 물으시는데, 디카페인 원두로 내려드린 걸 한 모금 마신 후 “잘 잡으셨네요!” 하시며 웃으면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와요.

세 가지 원두가 있는데, 그날의 공기나 손님의 기분 따라 제가 살짝 골라드릴 때도 있어요. 물론 커피는 호불호가 강해서 조심스러운데, 한번 마음 맞으면 진짜 단골 되시거든요. 나중엔 “오늘은 산뜻한 걸로 주세요” 이런 식으로 단어만 툭 던지시면 제가 다 알아듣는 사이가 돼요.

사실 요즘 날씨가 진짜 너무 예뻐요. 햇빛이 마냥 강하지 않고 적당히 따뜻해서, 해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브런치 즐기기 딱이거든요. 햄치즈샌드위치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창문 너머 노을이 번지는 장면을 바라보는 풍경은… 말로 다 설명 못해요.

고소한 햄과 녹아든 치즈의 조합이 묵직하지 않아서 그런지, 가볍게 커피랑 곁들여도 부담 없어서 저도 가끔 퇴근 후에 즐기고 있어요. 혼자 조용히 먹고 있으면 무슨 낭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어요, 진짜로요.

오늘도 하루가 지나갑니다. 좋은 분들이 좋은 대화를 나누시며 천천히 식사하시는 걸 보면, 참 감사해지더라고요. 카페 창 밖으로 물결이 반짝이고, 손님들의 웃음이 은은하게 퍼질 때면 혼잣말처럼 생각해요. "아, 내가 이 공간을 잘 지키고 있구나."

초가을 궁평항은 정말 선물 같은 하루를 주네요.


오늘은 커피도, 브런치도, 손님들의 이야기들도 따뜻하게 스며든 하루였어요. 직접 구운 크로플부터 조심스레 떠 드셨던 쉬림프 에그인헬까지, 그 하나하나에 담긴 반응들이 저에겐 참 소중했답니다. 카페하이디라는 이 작은 공간이 누군가에게 잠시 숨 고를 수 있는 바다가 되었기를 바라는 저녁입니다.
카페 위치 안내
https://map.naver.com/p/entry/place/1152412928

전화
0507-1423-9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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