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평항에서 가장 늦게까지 햇살 드는 카페는 어디일까요?
6월의 오후는 유난히 길게 느껴져요. 저희 카페 창가로 길게 늘어지는 햇살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하죠. 손님들이 종종 물어보세요. “여기는 왜 이렇게 늦게까지 해가 들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그냥 웃으며 “이 자리가 명당이라서요” 하고 대답하지만, 사실은 이 공간을 처음 고를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랍니다. 궁평항의 다른 곳들이 하나둘 어둠에 잠길 때, 우리 카페는 마지막 한 줌의 햇살까지 온전히 담아내거든요.

6월의 오후, 우리 카페에 해가 머무는 시간
오후 4시가 넘어가면 마법이 시작돼요. 서해로 넘어가기 직전의 햇살이 비스듬하게, 그리고 아주 깊숙이 카페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죠. 낮 동안의 쨍한 햇볕과는 다른, 세상을 온통 금빛으로 물들이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빛이에요. 이 시간만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창가 자리는 늘 가득 차요. 어떤 분은 책을 읽고, 어떤 분은 조용히 바다를 보며 커피를 즐기시죠. 얼마 전에는 한 손님이 제게 이런 말을 건네셨어요.
“사장님, 여기는 정말 해질녘이 보물 같아요. 이 풍경 보려고 일부러 시간 맞춰 와요.”
그 말을 듣는데, 제가 이 공간을 아끼는 마음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괜히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반려견과 함께 오신 손님들도 많아요. 창가 바닥에 얌전히 엎드린 강아지 등 위로 부서지는 윤슬 같은 햇살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이런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카페의 오후를 완성하는 거죠.
햇살 아래서 더 맛있는 순간들
이런 황금빛 시간대에는 이상하게도 브런치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져요. 늦은 점심 혹은 이른 저녁으로요. 특히 쉬림프 에그인헬은 이 시간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려요. 보글보글 끓는 붉은 토마토소스 위로 햇살이 반짝일 때면, 그 모습 자체가 하나의 그림 같거든요. 함께 나가는 빵을 소스에 푹 찍어 드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아요.
든든하게 드시고 싶어 하는 분들은 치킨텐더샌드위치나 랩을 많이 찾으세요. 바삭한 텐더와 신선한 채소가 꽉 찬 샌드위치 하나면, 궁평항 산책 후의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하죠. 커피도 빼놓을 수 없고요. 저희 카페는 세 가지 원두를 고를 수 있는데, 요즘처럼 나른한 오후에는 산미가 살짝 도는 화사한 원두가 인기가 많아요. 디카페인을 찾으시는 분들도 걱정 없고요. 노을빛을 닮은 커피 한 잔이 주는 위로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노을을 닮은 브런치 이야기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크로플의 시간이에요. 유독 이 시간대에 브라운치즈 크로플을 주문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브라운치즈가 따뜻한 크로플 위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성적이죠. 고소한 매력을 아는 분들은 흑임자 크로플을 고르시고요.
단골손님 중 한 분은 항상 프렌치토스트만 드세요.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 같다면서요. 노을을 바라보며 프렌치토스트 한 조각을 입에 넣는 그분의 표정을 볼 때면, 저는 ‘음식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돼요. 저희는 그저 정성껏 한 접시를 내어드릴 뿐인데, 손님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추억을 쌓아가시네요.
해가 지고 난 후, 남은 온기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나면 카페에는 조명 빛과 함께 아늑한 온기만이 남습니다. 낮 동안 햇살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여전히 따스함이 남아있는 것만 같아요. 그 온기를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순간이에요. 오늘 하루도 우리 카페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의 시간에 따스한 햇살 한 줌이 스며들었기를 바라면서요. 궁평항의 노을이 그리워지는 날, 가장 마지막까지 해를 품고 있는 저희 카페에서 잠시 쉬어가셔도 좋아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오늘도 카페 안은 늦게까지 스며든 햇살 덕분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했어요. 창가 자리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며 하늘빛을 바라보시던 손님의 얼굴을 보니, 정말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쉼이 되는구나 싶었고요. 궁평항 근처 조용한 카페를 찾으신다면, 문의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