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만들다 감동했던 순간, “이거 진짜 엄마가 해주던 맛이에요”
6월의 바람은 거짓말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아침에 가게 문을 열려고 나서는데, 살짝 짭조름하면서도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확 밀려오는 거 있죠. 오늘 날씨 정말 좋겠구나, 이런 날은 창가 자리가 제일 먼저 차겠구나 싶어 괜히 마음이 들떴어요. 매일 보는 궁평항의 아침이지만, 유독 햇살이 쨍하고 바다가 반짝이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손님처럼 설레는 마음이 들어요.

잊을 수 없는 한 마디, 프렌치토스트에 담긴 온기
오전의 분주함이 살짝 지나간 점심 무렵이었어요. 혼자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보시던 손님이 계셨어요. 며칠 전부터 오셔서 늘 같은 자리에 앉아 디카페인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다 가시던 분이었죠. 그날은 처음으로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하셨어요.
정성껏 만들어 드린 접시를 앞에 두고 한참을 바라보시더니, 포크로 한 조각을 떼어 입에 넣으시더라고요. 그리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셨어요. 눈가가 살짝 붉어진 채로,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죠.
“사장님… 이거 진짜 저희 엄마가 어릴 때 해주시던 맛이랑 똑같아요.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그저 평소처럼 계란물을 넉넉히 적셔 폭신하게 내어드린 것뿐인데,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시간과 기억을 선물한 셈이 되었으니까요. 그 어떤 칭찬보다도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리는 한마디였어요. 그저 감사하다고, 맛있게 드셔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다고 겨우 대답하는데 목이 메어 혼났네요. 그 손님은 그날, 프렌치토스트 한 접시를 아주 천천히, 소중하게 비워내셨습니다.
햇살 좋은 오후, 저마다의 브런치 이야기
그 일이 있고 나니, 가게 안을 채우는 다른 손님들의 풍경이 새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늘 오셔서 진한 향의 원두로 내린 커피와 함께 노트북을 켜시는 단골손님, 주말 나들이를 나왔는지 귀여운 강아지를 무릎에 앉히고 샐러드를 나눠 드시는 연인. 강아지가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테라스 쪽에서는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친구들 여럿이 모여 쉬림프 에그인헬을 가운데 두고 빵을 소스에 푹푹 찍어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 저도 친구들이랑 저러고 노는데, 싶어서 슬쩍 미소가 지어졌죠. 역시 쉬림프 에그인헬은 보글보글 끓는 소스와 함께 나눠 먹어야 제맛인가 봐요. 포장 손님도 부쩍 늘었어요. 간단하게 먹기 좋은 햄치즈샌드위치나 치킨텐더랩을 들고 궁평항 산책길로 향하는 발걸음들을 보면, 저까지 덩달아 상쾌해지는 기분이에요.
하루를 닫으며, 마음이 채워지는 이유
오늘도 저희 카페를 찾아주신 분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가셨어요. 누군가는 느긋한 오후 한때를 원두 커피 한 잔과 함께, 브런치 메뉴로 채워갔고요. 누군가는 창가 자리에 앉아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다 가셨습니다. 저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내어드리는 사람일 뿐인데, 손님들의 이야기와 표정 속에서 오히려 제가 더 큰 위로와 에너지를 받습니다.
엄마의 맛을 떠올리게 한 프렌치토스트처럼, 이곳에서의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기억 한 조각으로 남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바다 위로 금빛 윤슬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며 생각합니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이 공간을 채우게 될까요. 오늘 하루도,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해가 질 무렵 가게 안에 퍼지는 밀크티 향이 유난히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창밖의 노을빛이 마치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더라고요. 브런치 한 접시에도 마음이 담기고, 카페라는 공간이 누군가에겐 기억이 되는구나 싶었던 하루였어요. 궁평항 근처 오시게 되면 카페하이디 들르셔서 편하게 문의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