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바다 향 따라 들어온 손님,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위로
11월 초 궁평항 바닷바람은 아직까지는 부드럽게 불어옵니다.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아서, 오픈 준비하면서 잠깐 문 열어 놨더니 이 시기만의 짭조름하고 서늘한 냄새가 가게 안까지 스며들었어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괜스레 기분이 상쾌해지는 날은 손님들 만나는 시간이 더욱 기다려지곤 해요.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엔 창가에 앉아 바다 바라보며 커피 한 잔 즐기기에 딱 좋잖아요. 커피 향 퍼지는 아침, 저도 모르게 창 밖 노을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잘도 가는지, 괜히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더라고요. 막 문 열자마자 식사하러 오신 손님들 덕분에 금세 북적북적해졌어요. 햄치즈샌드위치를 주문하신 분은 늘처럼 “이건 언제 먹어도 실망이 없네요” 하시고, 그 말 들으며 웃고 나니 또 식욕 돋는 거 있죠. 아이 손 꼭 잡고 오신 젊은 부부는 흑임자 크로플을 고르셨는데, 아이가 한참 동안 조잘조잘 떠들며 진짜 맛있게 먹는 거 보니까 저까지 괜히 뿌듯해지고요. 어른들 입맛에도 좋지만, 아이 입맛도 사로잡았다니 뭔가 더 믿음직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아이가 너무 잘 먹어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 말 한마디에 괜히 피곤했던 것도 잊혀지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새로 들여온 원두 맛보면서 손님들 반응도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다행히 괜찮다는 이야기 많아서 안심이에요. 산미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향이 차분하게 퍼지는 느낌이라, 손님들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거 어디 원두예요?” 하고 물어봐주시니까 괜히 어깨 으쓱하게 되는 거 있죠. 쉬림프 에그인헬 주문하신 분들 중에는 빵에 국물 촉촉하게 찍어서 드시다가 "이 국물 진짜 계속 생각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솔직히 국물 찍먹파라 그 말 들으면서 혼자 속으로 엄청 공감하고 있었어요. 그런 따뜻한 음식 한 입 한 입이 해풍 맞으며 더 깊게 느껴지는 계절이에요.
바다 건너빛이 반짝거릴 즈음이면, 산책 끝내고 들르시는 분들이 천천히 들어오세요. 애기들이랑 같이 오시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유독 귀여운 푸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카페 분위기를 진짜 활기차게 만들어줬어요. 강아지들은 신기하게도 좋은 공간 금방 알아보는 것 같아요. 저희는 늘 청결하게 신경 쓰고 있으니까, 걱정 없이 함께 오셔서 쉬어가셔도 괜찮아요. 푸들이 잔디마당 쪽에서 잠깐 누워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 있어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오후 시간대였답니다.
조금 느지막한 오후, 조용해질 무렵이었어요. 한 손님이 살짝 주저하면서 저한테 말을 걸어오셨어요. 커피 향이 너무 좋아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요즘 마음이 좀 힘들었는데, 문 열고 들어왔을 때 퍼진 그 향 덕분에 뭔가 마음이 놓였다고 하시는데, 순간 괜히 가슴이 뭉클했어요. 커피 한 잔 주문하시고는, 조심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으셨고요. 이야기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어요. 마음에 남는 말은 따로 적지 않아도, 이런 시간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커피 향 덕분에 용기를 내서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눈가가 촉촉해지신 손님을 보며, 잠깐이었지만 온기 가득한 시간이었어요.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던 저녁, 손님들이 하나둘씩 떠난 뒤 가게 안은 다시 고요하게 가라앉았어요. 문 앞 테라스에는 햇살 대신 노을빛이 머물고 있었고요. 바다는 고요했지만 반짝였고, 바람은 여전히 선선했어요. 오늘 하루를 무사히 잘 보냈다는 생각에, 괜히 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 같아요. 오늘 선보인 디카페인 원두도 반응이 좋아서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고요. 늦은 시간에도 부담 없이 커피 즐기시는 분들께 딱인 것 같아 소개한 보람이 있었어요.
이렇게 마음 따뜻한 순간들이 하루 안에 가득 담겨 있다는 게 항상 감사해요. 찾아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카페 안이 늘 살아있는 공간이 되는 것 같고요. 각자의 하루 속에서 잠깐이라도 편안함을 느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제 하루는 정말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궁평항 바닷가 걷다가 가볍게 들르셔서 커피 한 잔, 브런치 한 접시 놓고 바다가 주는 여유를 그대로 만끽하셨으면 좋겠어요.
마치며
가을 바다의 기운을 닮은 하루였어요. 따뜻한 음식을 준비하고, 커피 향기를 가득 채우는 이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브런치 메뉴 덕분에 손님의 웃음이 많았던 하루였어요. 그중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천천히 음미하시던 분의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바다 바람 따라 커피향이 흐르는 이곳에서, 제 일상도 조금 더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카페 위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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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507-1423-9867